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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기

처음 텃밭 가꾸기, 이렇게 하면 망합니다

by 우미_뺘미 202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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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취미로 시작했다간 농사 망할 수 있어요

자급자족, 유기농 채소, 우리 집에서 자라는 먹거리, 이런 희망을 품고 텃밭을 시작했었습니다만, 농사를 힐링으로만 생각했다가 뒤늦게 낭패를 보았습니다. 내가 들인 노력은 많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면 농사에 대한 의욕은 꺾여버리고 그냥 사 먹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는데요. 처음 텃밭 농사를 시작한다면 내가 생각지 못한 곳에 실패 요소들이 숨어있습니다. 그걸 몰랐던 저는 농사의 쓴 맛을 보고 나서야 뒤늦게 깨달았지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하기 쉬운 실수들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각 농작물들의 수확시기를 생각하지 않기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의 농사 시작은 상추와 깻잎이었습니다. 상추는 실내에서 수경재배 키트로 키운 적 있어서 쉽다는 걸 알고 있었고, 깻잎은 주변 한인마트에서 품질에 비해 터무니 없는 가격에 사 오는 것이 싫어서 기르기 시작했죠.


상추가 무럭무럭 자라서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수확량이 나오자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매일 고기를 구워서 쌈 싸 먹기는 어려우니, 샐러드로 매일 먹자.' 제가 좋아하는 샐러드 재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근, 토마토, 오이. 이렇게 큰 고민 없이 제가 키울 농작물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간과했던 사실이 있었으니, 당근과 상추는 봄/가을 야채였고, 오이와 토마토는 여름 열매라는 것이었죠.. 다채로운 샐러드를 해 먹겠다는 저의 야심 찬 계획과는 다르게, 오이와 토마토가 열리기도 전에 상추의 재배시기는 끝나버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야채들, 그리고 내가 잘 먹을 야채들을 키우는 것은 텃밭 가꾸기의 재미이긴 하지만, 키울 작물들을 언제 심어야하는지 그리고 언제 수확할 수 있는지를 알아두어야 성공적인 텃밭 가꾸기가 가능하겠지요?

 

무성히 자란 상추와 아직 덜 자란 채소
상추가 무성할 동안 아직 자라지도 않은 나머지 야채들

 

2. 일조량을 고려하지 않기

제가 이사온 집은 뒷마당이 경사졌습니다. 그래서 평지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죠. 나만의 텃밭을 만들겠다는 의지에 불타, 가장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밭을 갈았습니다. 네모반듯하게 만들어진 밭을 보며 한가득 생야채를 먹을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죠. 하지만 가장 해가 잘 들어야 할 정오, 나의 텃밭에는 큰 그늘이 생겼습니다. 우리 옆집의 아름드리나무가 마침 해가 다 가려주었습니다. 텃밭을 만들 때까지만 해도 그늘져서 일하는 데 시원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작물들의 생장에 발목을 잡을 거라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죠. 그늘에 심었던 작물 아가들은 잎도 작고, 어떤 아이는 열매도 제대로 맺히지 못한 채 죽어가기도 했습니다. 그제야 뒷마당에 어느 위치가 해가 잘 드는지 시간별로 확인해 보고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자리에 텃밭을 새로 지었습니다.

 

텃밭을 새롭게 지으실 생각이라면, 내가 텃밭을 지을 위치에 해가 얼마나 드는지 미리 확인하세요. 하루동안 몇 시간이나 해를 받을 수 있는지, 또 계절별로 해가 어느 방향에서 드는지 잘 확인해두시면 작물들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위치에 텃밭을 잘 자리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늘에 자리 잡은 텃밭
그늘에 자리 잡은 텃밭

 

3. 작물의 높이를 생각하지 않기

씨앗을 심을 때까지만해도 모두 조그마한 씨앗으로 심기에, 그리고 새싹이 날 때만 해도 텃밭에 조그맣게 올라오기에, 각 작물이 얼마나 자랄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작물 간의 간격을 띄워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작물의 높이는 계산에 없었습니다. Square feet gardening이란 것을 처음 시작해 보면서 다른 종류의 작물들을 섞어서 한 텃밭이 심었었더랬습니다. 채소류 옆에 메리골드 (Marigold)를 심어두면 도움이 된다고 하여 꽃을 심어두었는데, 이게 웬걸 메리골드가 토마토만큼이나 높이높이 자라 주변 작물들에게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결국 메리골드 때문에 해를 받지 못한 뒤쪽 작물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토마토 그늘에 가려진 작물은 비실비실하게 자라 같은 작물이어도 햇빛을 잘 받은 쪽보다 진딧물의 공격에 취약했습니다. 

 

텃밭을 계획할 때는 작물이 다 컸을 때를 대비해서 키 큰 작물들을 북쪽에 배치하고, 키 작은 작물들을 남쪽에 배치해 각 작물이 서로의 그늘에 영향을 덜 받도록 심어봅시다. 

 

키 큰 메리골드
너무 커버린 메리골드 덕분에 가려진 뒤쪽 채소들

 

4. 나의 동선을 생각하지 않기

텃밭을 가꾸기 시작할 때는 작물과 땅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사실 작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동선입니다. 내가 일할 때 불편하지 않아야 텃밭에도 자주 가고 작물들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제가 처음 만들었던 텃밭은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평지에다 짓겠다는 생각만으로 저의 동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습니다. 나중에 일을 하면서 보니, 수돗가에서 멀어 물을 주기에도 불편했고, 집의 뒷문과도 멀어 요리를 하다 얼른 채소를 따오기에도 좋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만들었던 텃밭은 물과 뒷문에 가까이 만들었는데, 데크에서 가깝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데크 쪽에 붙였더니 데크 아래쪽은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데크 아래쪽 작물은 잘 안 돌보게 되더군요. 자주 가지 않는 곳에는 잡초가 자라도, 벌레가 생겨도 바로바로 확인하지 못해 작물의 성장이 방해받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늦어졌습니다.

 

텃밭을 만들기 전 위치를 잡으신 후, 텃밭을 한 바퀴 둘러보며 나의 동선이 괜찮은지 확인해보세요. 물을 줄 때 어디서 물을 가져오는지도 미리 확인해 보세요. 작물도 중요하지만, 결국 작물을 돌보는 건 본인이니, 내가 불편하지 않을지 잘 살펴보아야겠습니다. 

 

벌레 먹힌 청경채
자주 돌보지 않은 사이 벌레의 공격을 받은 청경채


나만의 텃밭을 가꾸고, 내 집에서 내가 먹을 야채를 키우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입니다. 조그만 씨앗에서 바구니를 가득 채울 만큼 수확물이 나오는 것도 너무 신기한 일이고요. 하지만 제대로 보상받기 위해서는 내가 들인 노력이 수확으로 이어져야겠지요. 애써 가꾼 텃밭이 망하지 않도록 미리 생각해보아야 할 점들을, 제가 2년 간 했던 실수들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농작물의 수확시기 확인하기, 일조량 확인하기, 작물의 크기 고려하여 배치하기, 그리고 최적의 동선을 고려해서 텃밭 위치 잡기로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이런 점들을 생각해서 저는 2024년 새로운 텃밭을 추가해서 농사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텃밭 계획 세우는 방법에 대해 포스팅해 볼게요.

 

여러분의 올해 농사도 성공적이길 바라며, 텃밭 잘 가꾸는 나만의 팁이 있다면 함께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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