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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이프

미국 파티에는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고 오세요

by 우미_뺘미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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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 (Ugly Christmas Sweater)

제가 미국에 온 첫 해, 당시 묵고 있던 아파트는 클럽하우스에서 소소한 파티들을 많이 했었는데, 크리스마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장을 받았고,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드레스 코드는 어글리 스웨터입니다

 

어글리 스웨터, 못생긴 걸 입고 오란 얘기인가 싶어서 옷장을 뒤져보았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가는데, 못생긴 옷을 챙겨 왔을 리가 없었죠.. 옷장에 있던 옷 중 '어글리'는 아니지만 '스웨터'에는 해당하는 옷을 입고 갔었더랬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평범하게 입고 오셔서 제가 특별히 드레스코드를 못 지켰다는 인상은 못 받았었지만, 어글리 스웨터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은 남게 되었죠. 그 궁금증은 생각보다 쉽게 해소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니 모든 가게들마다 '저런 스웨터는 도대체 누가 사 입는 거지?' 싶은 희한한 옷들이 디스플레이되어 있었거든요. 누가 봐도 그 옷들이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였습니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

 

어글리 스웨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정확히는 알려져있지 않지만, 1950년대에 크리스마스가 상업화되기 시작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스웨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크리스마스에 방문할 손자 손녀를 위해 할머니가 스웨터를 떠주었던 것이 아이가 학교에 입고 가기에는 촌스러워서 어글리 스웨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후자가 좀 더 사랑스러운 이야기인 것에는 틀림없지만 두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크리스마스 스웨터는 어글리 하려는 의도가 처음에는 없었다는 점이죠. 

 

80-90년대 들어서 미국의 한 시트콤에서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인물이 우스꽝스러운 스웨터를 자꾸 입고 나옴으로서 크리스마스 스웨터에 대한 인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는 크리스마스 스웨터는 웃긴 아이템이 되어버린 것이죠.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도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은 콜린 퍼스가 별로 좋지 못한 첫인상을 남기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속 어글리 스웨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속 어글리 스웨터

 

본격적으로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아마도 캐나다 벤쿠버에서 시작된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 파티' 때문이었을 겁니다. 2002년 두 남자가 시작한 이 파티는 암 투병 중인 어린이를 위한 모금행사도 함께 진행하며 현재까지도 매년 진행하는 큰 행사가 되었습니다. 드레스코드는 물론, 어글리 스웨터죠. 이들은 어글리 스웨터만 파는 홈페이지도 만들고 어글리 스웨터에 대한 책도 출간하면서 유명해졌고,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들을 따라 해서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 파티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고 하네요. 

 

이제는 많은 브랜드에서 그들만의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만들고 있고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많은 이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사입곤 한다고 하는데요. 미국에서는 아예 12월 세 번째 금요일을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 데이 (National Ugly Christmas Day)로 지정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오늘 12월 16일이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 데이입니다.

 

어글리가 주는 큰 웃음

도대체 저런 옷을 왜 돈주고 사 입는 걸까 라는 생각이 아직도 가끔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의 가장 큰 의미는 웃음과 재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는 친구들과, 특히 한국에서 잠깐 놀러 온 친구까지 함께, 곳곳의 쇼핑몰을 돌며 가장 어글리 한 크리스마스 스웨터 골라보기에 도전했는데요. 트리 모양의 드레스를 입어보던 친구가 옆에 삐져나와있던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모두가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드레스에 있던 모든 전구들이 반짝거리며 캐럴이 틀어졌기 때문이었어요. 또 한 친구는 방울이 잔뜩 달린 스웨터를 입어보며 목에 방울 단 고양이가 된 기분이라고 얘기했죠. 일 년에 딱 한 시즌만 입을 수 있는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이지만, 입는 그 순간만큼은 큰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올해에는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 한 벌 장만하시겠습니까?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은 모습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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