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하얀 알을 달고 있는 녹색 애벌레 해충일까요

알 달린 애벌레? 토마토 해충? 

토마토를 키워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통통한 녹색 애벌레를 만나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애벌레가 등에 쌀알 같은 걸 잔뜩 짊어지고 있다면, 좋은 징조일까요 나쁜 징조일까요. 토마토 밭에서 만나볼 수 있는 Tomato Hornworm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등에 알이 잔뜩 달려있는 애벌레

 

토마토를 먹어치우는 식탐 많은 애벌레, Hornworm

Hornworm (Manduca quinquemaculata), 우리말로는 박각시벌레, 이 벌레는 나방의 애벌레인데 (그래, 어쩐지 창문에 맨날 나방이 붙어있다 했더니...), 이 나방이 늦봄에 알을 낳으면 일주일 후 알이 부화해서 4-6주 동안 식물을 먹고 큰 뒤 번데기가 되어 땅속에서 겨울을 납니다. 나방과 번데기일 때는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애벌레가 문제입니다. 이 애벌레는 토마토, 고추, 가지, 감자 등의 식물을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는 해충입니다. 색깔도 토마토 잎과 똑같아서 찾기 어려워요. 연둣빛 몸통에 흰 줄무늬가 있고, 종에 따라 검은색 점이 있는 것도 있어요. 주로 식물의 윗부분부터 먹기 때문에 윗부분의 토마토 잎이 먹혀있고, 진초록 혹은 검은색 똥이 있다면 이파리 밑을 들춰보세요. 저는 이런 애벌레가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가지치기하면서 발견했네요.

 

통통한 애벌레는 토마토 식물을 먹고 자라 이런 나방이 됩니다

 

애벌레 등에 달린 쌀알, 알고 보니 기생벌의 고치

Hornworm을 발견했는데 등에 하얀색 쌀알 같은 알들이 잔뜩 붙어있다면 그건 좋은 징조입니다. 이 애벌레의 천적인 말벌이 애벌레 등에 알을 낳은 거예요. 하얀색으로 보이는 작은 알갱이들은 사실 알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말벌 고치랍니다. Braconid wasp 라는 기생말벌이 애벌레를 먹고 자라 이 해충을 없애줄 것입니다. 이 기생벌은 다른 곤충의 몸속에 알을 낳아서 '안전한 성장터'로 삼고 숙주의 목숨을 빼앗아간다고 해요. 생태계의 신비네요. 적의 적은 친구라고 내가 소중히 키우는 토마토를 먹어버리는 해충을 죽여준다면 기생벌은 우리에게 익충이겠죠. 

 

하얀 알이 달려있다면 애벌레를 치우지 마세요

결론적으로는 흰 알을 달고 있는 초록 애벌레를 보았다면 그냥 두셔도 됩니다. 그 애벌레는 hornworm이라는 해충이지만, 등에 달린 말벌이 해충을 없애줄 것이기 때문이에요. 만약 하얀 알이 없는 애벌레만 발견하셨다면, 그 아이는 살포시 손으로 잡아 나의 정원에서 없애줍시다. 말벌이 개체수를 조절해 줄 수 없다면, BT (Bacillus thuringiensis) 와 같은 유기농 농약이나, 비눗물로 애벌레를 죽일 수도 있겠어요. 아직까지 약을 쳐야 할 만큼 벌레가 많지는 않은데, 농사짓다 보니 다양한 벌레들을 만나서 벌레에 대한 지식이 늘어가네요. 농사짓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 

 

토마토를 기르며 수확의 기쁨을 누려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