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식집사를 위한 야외 식물 추천, 제왕나비를 불러 들이는 꽃, 밀크위드(Milkweed)

밀크위드 키워보지 않겠어요?

정원에서 꽃 키우는 거 좋아하시나요? 저희 집에는 뒷마당에 텃밭을 조그맣게 만들어서 토마토, 고추, 상추 등을 소소하게 키우고 있는데요, 채소만 키우다 보니 예쁘게 꽃을 키우시는 옆집 분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어요. 하지만 마땅히 어떤 꽃을 키워야 할지 몰라서 채소 키울 때 함께 키우면 좋다는 (companion plant) 메리골드만 텃밭에 함께 심어두었더랬죠. '언젠가는 꽃에 대해 알아볼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런 생각이 통했는지 이웃집 할머니께서 "밀크위드라고 아세요? 키워보지 않으실래요?" 라며 모종을 한 그루 나누어주셨습니다. 모종과 함께 쪽지를 하나 전해주셨는데, 거기엔 밀크위드(Milkweed)와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에 대해 적혀있었습니다. 저처럼 정원 남는 공간에 어떤 꽃을 키워볼지 고민 중이시라면 저와 함께 밀크위드를 키워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밀크위드가 무엇인가요?

이름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듯이 밀크위드는 잡초("Weed")로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많은 지역에, 그리고 캐나다까지도 자생하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키우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초보 식집사나 정원 공간이 제한된 분들께 딱인 식물입니다. 밀크위드는 100종류가 넘게 있다고 하는데, 꽃 색깔도 흰색부터 핑크색, 주황색으로 다양하고, 뿌리로 번지는 종과 씨앗으로 번지는 종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나눔 받은 밀크위드는 Cinderella Swamp Milkweed로 이름도 예쁘지만, 꽃도 선명한 분홍색을 띠는 예쁜 꽃을 피워요. 3~5 피트까지 크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키워야 합니다. 

 

밀크위드 꽃

 

나비를 불러들인다고요?

사실 밀크위드가 미국에서 유명한 이유는 제왕나비의 먹이원이기 때문입니다. 제왕나비는 여름에 미국에서 살다가 날이 추워지면 멕시코로 4000 km 이상을 날아가 겨울을 납니다. 철새는 들어봤어도 철나비는 처음 들어봤는데, 수천 마리의 나비가 이주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인 광경이라고 합니다. 이주는 둘째치더라도 제왕나비가 예쁘게 생겼습니다. 제 눈에는 호랑나비와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아주 크고 매력적으로 생긴 나비입니다. 

 

아름다운 제왕나비

 

밀크위드는 제왕나비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왕나비는 밀크위드에 알을 낳고, 애벌레들은 독특하게도 밀크위드 잎만 먹고 자라요. 이 밀크위드는 식물에 독성이 있어 다른 벌레들은 쉽게 먹을 수 없는 데 반해 제왕나비 애벌레는 밀크위드를 먹고 독을 체내에 저장합니다. 이 독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밀크위드의 서식지가 많이 감소되어 제왕나비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네요.

 

밀크위드 잎을 먹고 크는 제왕나비 애벌레

 

꽃도 키우고 나비도 키우고 일석이조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면 식물을 키우는 게 더욱 흥미로워지는 것 같아요. 특히 채소처럼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이요. 제왕나비의 중요한 먹이원이자 이주를 위해 활용하는 밀크위드. 이처럼 나비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식물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쁜 꽃을 키우면서 생태계를 위협받고 있는 나비 종을 살린다는 약간의 뿌듯함도 생길 수 있고요. 늦여름에 제왕나비를 볼 수 있기를 바래보며 오늘도 새로운 식물을 집에 들여봅니다.